[데스크 칼럼] 밸류업, 제대로 베껴라

입력 2024-03-20 17:59   수정 2024-03-21 20:44

하이라인 파크는 미국 뉴욕의 관광명소 중 한 곳이다. 맨해튼의 버려진 철로를 공원으로 바꿨다. 약 1마일(1.6㎞) 길이의 고가에 꽃과 나무, 벤치가 갖춰져 있고 첼시마켓 등을 바라보는 경관도 멋지다. 여름엔 그늘도 많고 분수도 솟는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산책하거나 쉬기에도 편하다. 2009년 개장한 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최근엔 주변의 허드슨야드가 개발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이런 하이라인 파크를 본떠 만든 게 서울로7017이다. 2017년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597억원을 들여 서울역 고가를 보행길로 되살렸다. 회사 주변이라 몇 번 가봤지만 더는 발길이 향하지 않았다. 화분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 걷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여름엔 땡볕에 쉴 곳도 제대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철거론까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10월 “이용도 수치를 계량화해보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외국의 좋은 사례를 보고도 제대로 베끼지 못한 탓이다.
금융허브 대책도 공염불
비슷한 사례 중 하나가 금융허브다. 기자가 금융위원회를 출입하던 2007~2010년 정부는 홍콩 싱가포르를 따라 하겠다며 틈만 나면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 있던 외국계 금융회사마저 지금은 철수한 곳이 많다. 최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뒤 꽤 많은 글로벌 금융사가 홍콩을 떠났다. 그러나 싱가포르 두바이 아부다비로는 가도 서울로 온 기업은 찾기 어렵다.

이유는 뻔하다. 서울로7017처럼 (서울에 살기가) 불편해서다. 그런데 금융허브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 도시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가 외국인을 위해 자녀 학교 입학부터 컨트리클럽 회원 가입까지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제 혜택과 쉬운 비자 발급, 직원 주택 지원 등 기본적인 것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아부다비에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1825개의 글로벌 금융사가 자리 잡았다. 2022년부터 따져도 30% 늘었다고 한다.
밸류업,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최근 한국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이웃 일본의 증시가 3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월가 일부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주가도 애초 일본만큼이나 저렴했고, 정부가 제대로 한다면 오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뒤 월가 반응은 식고 있다. 기업 자발적으로 될 일이었으면 벌써 올랐을 것이란 얘기다. 일본의 상승 원동력으로는 워런 버핏의 상사 주식 매수, 일본 경제와 기업의 이익 개선, 탈(脫)중국 자본의 일본 유입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강력한 정책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작년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 등을 겨냥해 주가 부양 조치와 계획을 공시하라고 요청했다. 이런 노력 없이 PBR 1배 미만 상태가 이어지면 2026년까지 상장 폐지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서울로나 금융허브 같은 ‘용두사미’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베끼더라도 제대로 베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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